디지털 시대에도 브랜드의 공간은 브랜드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주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시각적인 자극과 공간감, 촉감, 소리, 향과 맛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오감을 자극하고, 특유의 서비스 방식으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한다. 최근 브랜드들이 어떠한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여러 브랜드 공간을 경험하는 하루의 시간은 그래서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4월의 햇살 좋은 어느 봄날, TWC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디자인팀이 가로수길과 압구정 일대의 브랜드 공간들을 돌아보며, 최근에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경험한 곳 중 각자 기억에 남는 공간에 대한 인상을 짧게 공유하고자 한다. 브랜드의 접근 방식이나 스타일링에 대한 메가 트렌드나 유사점과 함께 개별 브랜드의 차별화된 방식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 물음이 만드는 혁신 _ Nice Weather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이건 왜 이래야만 하지?’ 라고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새롭고 의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나이스 웨더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재정의하고 지금의 세대가 원하는 힙한 물건들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과 같은 개념으로 바꾸어 놓았다. 브랜드 컨셉은 역시나 이 시대의 힙함을 대표하는 레트로이다. 강하지만 단순한 컬러 조합, 한자 표기나 인테리어에 활용된 백색타일, 합판 가구 등에 이러한 오래된 감성이 잘 해석되어 있다.
도심 속 휴양지 _ place 1-3
취향의 시대, 판매보다는 물건과 공간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는 Place 1-3. 가로수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가 건물에 지루한 화강석 계단을 한참 올라가서 숍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순간 이동을 한 듯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걸 잊게 만들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 고요하다. 피워놓은 향 내음과 보이 숙차 한잔의 환대로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어느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아 책 한권 집어 들어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게 만드는 고급 취향이 자리한 곳이다. 도시인에게 필요한 휴양지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
갈색 유리병의 이야기 _ 이솝
건강한 삶과 피부의 균형을 추구하는 인텔리전트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
이솝이라는 브랜드는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매장의 접근성이 낮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솝하면 떠오르는 것이 곡선의 갈색 유리병과 깔끔하게 정리된 패키징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떠오른다. 이는 호들갑스러운 마케팅 전략이나 유명한 셀레브리티를 앞세우는 것이 아닌 단단하고도 일관된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함에 있다. 또한 일회용 쇼핑백 대신 페이퍼 백과 패브릭 주머니를, 화려한 포장이 아닌 실용적이고 미니멀한 패키지를 빌어 제품에만 포커싱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상품을 구매하고 향을 뿌려주는 센스까지 이솝 스토어는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 그 이상의 공간이었다.
베트남 캐쥬얼 다이닝 _ 안테룸 아이뽀유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호텔 anteroom 1층에 위치한 베트남 식당, 아이포유.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정식당 임정식 쉐프님의 베트남 캐쥬얼 다이닝이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 와 있는 것 같은 인테리어도 인테리지만 음식도 정말 맜있었다! 이름부터 위트있는 네이밍에 로고의 기하학적인 조합이 베트남을 바로 연상시키고, 다른 부가 설명이 없어도 해당 브랜드가 무엇을 판매하는지 직관적으로 소비자들은 보고 느끼고 맛보며 느낄 수 있었다. 깔끔하면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나가면 해변이 보일 것 같은 분위기였다.
New different cake _ 누데이크(nudake)
BX(Brand Experience) 설계의 끝판왕 젠틀몬스터에서 만든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를 경험하고 왔다.
브랜드 경험이라고 한다면 오프라인 매장만을 떠올리기 쉬우나,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장악한 그들의 브랜딩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가 입점해있는 하우스 도산의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누데이크가 있다. 일반적인 디저트 가게를 들어서면 수많은 빵들과 좌석이 효율적이게 배치되어 있지만, 누데이크는 남다르다. 매장 면적의 반을 차지하게 사선으로 디저트를 진열해 놓고, 그 주변에는 미디어 아트들이 즐비해있다. 빵을 많이 팔고, 고객을 효율적이게 많이 앉히기 위해 매장을 오픈한 것 같지 않다. 오프라인 매장을 미디어 아트 전시처럼 구성하여 찾아온 고객들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제공해준다. 누데이크는 F&B뿐만 아니라, 패션, 공간, 그래픽 디자이너가 함께 메뉴를 개발한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함께 메뉴를 개발해서 그런걸까? 블랙 컬러에 금테를 두른 크로와상 부터, 말차가 용암처럼 흘러 넘칠 것 같은 케이크까지 심상치 않은 비주얼과 낯선 빵의 형상이 저절로 인증샷을 찍게끔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인증샷들은 바이럴 되어 누데이크가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 누데이크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만 보아도, 이들이 추구하는 new different cake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입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브랜드의 성격이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향을 상상하게 만드는 _ 탬버린즈(tamburins)
탬버린즈의 핸드크림을 사용하면 촉감과 기능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것이 아니라 탬버린즈만의 분위기와 공간, 예술작품이 오버랩되어 느껴진다. 기능성 제품이기 이전에 브랜드로 먼저 인지되었기 때문 아닐까? 탬버린즈의 브랜딩에 관해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와 이미지 활용법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1층에 들어서면서 느낀 촉감과 향을 2층에 올라서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브랜드 개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무드보드와 휴식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까지. 고객은 한번 더 탬버린즈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기존의 뷰티 브랜드와 다르게 기능에 집중을 한 표현보다 패셔너블한 표현 위주로, 감각적으로 전개해나간다. 역시 젠틀몬스터의 세컨 브랜드다운 이미지 편집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기존의 뷰티 브랜드와 색다른 행보를 나가지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브랜드의 전개. 탬버린즈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