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혼술 선풍기’라는 제품이 SNS에서 난리가 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그러면서도 시원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신박한 아이템이었다. 공중파 뉴스에서도 흥미롭게 다뤘고, 몇몇 채널을 통해서 판매 되자마자 곧바로 매진되어 추가 물량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종합 식품 기업인 청정원의 ‘안주야’라는 브랜드가 더워터멜론과 함께 출시한 굿즈 제품인데, 안주야의 그 어떤 브랜드 활동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고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 굿즈가 열풍이다. 브랜드의 다양한 자산을 활용하여 제작한 다양한 굿즈들이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MZ 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넘어, 기업들이 브랜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필수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받아도 그만 받지 않아도 그만인 그저 그런 선물이 아닌 직접 비용을 지불하며 구매하거나 굿즈를 위해 브랜드 제품을 샀다는 우스갯소리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스타벅스 굿즈를 사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거나, 굿즈를 샀더니 책이 따라왔다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열풍을 반영하듯이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심어주는 무리한 기획과 제품 출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굿즈는 어느덧 브랜드 마케팅에서 절대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브랜드 마케팅 기법이 되었고, MZ 세대는 물론 거의 모든 세대들이 브랜드 굿즈의 매력에 반응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얼마 전까지 제품을 사면 무료로 끼워주거나 덤으로 제공해 준 브랜드 굿즈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브랜드에 대한 새로움(Newness)을 제공해 준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출시 당시에 크게 주목을 받았던 브랜드들 중에 잊히는(심지어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는) 브랜드가 많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제품들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기위해 브랜드 재활성화(revitalization) 작업을 진행하는데, 브랜드 굿즈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브랜드 굿즈 제작과 컬래버레이션으로 가장 핫하다고 하는 대한 제분의 ’곰표’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5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곰표 브랜드에 대해서 알거나 흥미를 느낀 MZ 세대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곰표의 매력적인 굿즈 때문에, 곰표 브랜드는 가장 친근하고 궁금한 브랜드가 되었다.
둘째,
기업의 리소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풋 대비 좋은 아웃풋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한정적인 기간 동안, 프로모션 목적으로 진행되는 브랜드 굿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너그러운 편이다. 물론 제품이나 이벤트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퀄리티는 갖춰야겠지만, 기존의 브랜드가 지향하지 않았던 파격적이고 때로는 뜬금없는 시도에 냉정한 평가보다는 애정과 재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실제 투입되는 리소스 또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용 가능하다. 일반적인 브랜드 캠페인의 경우 기획에서 제작, 실행, 매체 집행 등 많은 비용이 필수적인데 브랜드 굿즈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기업 내부적으로 예상 가능한 수량을 제작하며, 추가 비용이라는 명목하에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일부 금액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 역시 크게 이슈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고객 접점을 확장할 수 있다.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카테고리에서만 주로 고객을 만날 수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굿즈를 통해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 가능하다. 온라인을 기반한 디지털을 대표하는 배달의 민족 역시 매력적인 굿즈를 통해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으며, 오프라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드 굿즈를 통한 접점 확장을 통해서 많은 디지털 중심의 브랜드들이 스마트폰을 벗어나 고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식품 브랜드 제품은 백화점의 패션 매장에서, 구두약 브랜드를 편의점 맥주 매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확장된 접점을 통해서 우리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특징을 갖춘 브랜드인지를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게 된다.
넷째,
고객과 관계를 맺는,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소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MZ 세대를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브랜드 굿즈야말로 그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이고 특별한 브랜드 굿즈는 그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 되며, 자연스럽게 소비와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혼술 선풍기처럼 이슈가 되는 브랜드 굿즈의 경우 고객들 스스로 자신들의 SNS를 통해 자랑하고, 굿즈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 그 브랜드를 경험하고 가지고 놀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 준다. 브랜드 굿즈를 통해 그 브랜드를 알게 되고 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궁극적으로 그 브랜드의 팬이 되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 주고,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당분간 브랜드 굿즈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다양한 장범들과 고객들의 관심과 반응이 있기에 더 다양한 시도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브랜드 굿즈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즉, 단편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브랜드 굿즈에 대한 반응은 시들해지는 대신, 해당 브랜드의 전략을 고객의 눈높이와 Needs에 잘 맞추어 만든 브랜드 굿즈가 이슈가 되며,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굿즈 자체를 이슈화 시키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명확하게 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물론 브랜드의 일방적인 목소리만을 담아내는 진지한 브랜드 굿즈 역시 MZ세대의 인정을 절대 받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