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WATERMELON은 브랜드와 브랜딩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를 이렇게 생각하는 저는 the.WATERMELON에서 브랜드 컨설팅과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는 구성원의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컨설팅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의 첫 번째 직원이기도 합니다. 저는 the.WATERMELON의 컨설팅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가 론칭할 2020년 초, 우연한 기회를 잡고 이 사업부의 첫 번째 풀타임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자리 잡기 이전의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 디자인 회사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있었지요.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즈음, the.WATERMELON이라는 기회가 저에게 왔고, 그 기회를 잡았고, 지금은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수박으로 가자”라고 결심했던 2020년 초, 제 결심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니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라면 누구나 듣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단어, 바로 “성장”이었습니다.
2020년의 성장: 나의 성장을 위해
the.WATERMELON으로의 합류를 고민하며 생각했던 성장의 기준(이자 해보고 싶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1. 더 넓은 비즈니스 분야를 만나기
2. 더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만들기
3. 더 큰 범위의 일을 맡기
이 세 가지가 당시 제가 생각했던 ‘내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경험’ 이었고, ‘나의 성장을 가늠할 기준’ 이었습니다. 일의 경험을 통한 성장을 생각한다면, 으레 생각할 법한 기준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the.WATERMELON에서의 590여 일은 이 세 가지 기준에서 보자면, 넘치도록 충족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연하게, 제가 생각했던 일을 통한 성장은 처음에 생각했던 저의 기준을 (매우) 뛰어넘어 충족되고 있기도 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간 만난 비즈니스 분야를 생각해보자면, 럭셔리 수입차, 숙박 플랫폼, 유통과 물류, 제약, HMR, 간식, 디지털 자산, 패션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를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비즈니스의 이면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분야가 다양한 만큼, 프로젝트의 성격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한 명의 사람과 같아서, 비슷한 분야에 있다고 해서 결코 고민이 같을 수도, 해결책이 동일할 수도 없었습니다. 브랜드마다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상황이 있기에 매번 새로운 스터디와 이전에 하지 않았던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지만, 비즈니스 분야도, 사업의 규모도, 브랜드의 역사도 각기 다른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각 비즈니스의 맥락과 특성을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을 고민하여,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며 제 자신의 시야와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말 그대로) 성장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오늘도 진행 중이고요)
넓은 비즈니스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조금씩 경험하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590여 일 전의 저를 돌아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일천한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함께 하는 분들을 통해 듣고 배우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끌고 나갈 수 있는 토대를 쌓게 되었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꽤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가 가진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은 제가 가지고 있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더욱더 깊게 하고, 감수성은 한층 더 날카롭게 벼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1년의 성장: 나와 조직의 성장 사이
2020년 초 the.WATERMELON에 조인하여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경험하는 과정에는 ‘조직’의 성장이 늘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
모든 스타트업, 아니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the.WATERMELON에도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성장을 함께 만들고 나눌, 뛰어난 실력과 좋은 성품을 가진 많은 분이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저는 되려 성장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초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죠. 처음에는, 마냥, 회사가 커지고 더 많은, 더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나도 회사와 함께 당연히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성장’ 무엇을 향하고 있는 것인지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성장하려고 하는가?’ 같은 너무 거대하고 답이 없는 질문이 자꾸 튀어나오는 것이지요.
‘성장 강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사회인 한국 서울에선 ‘성장’에 관한 콘텐츠는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저런 책과 영상, 강연 등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좋은 말, 멋진 경험이 난무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타인의 성장 경험과 다른 회사가 성장하여 상장하는 과정을 듣고 있자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편 묘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조직과 개인의 성장만 얘기할까?’ 회사에서의 성장을 생각할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성장의 주체는 과연 조직과 개인 두 가지만이 전부일까? 라는 의문 말입니다.
2022년의 성장: 동료, 서로를 확인하는
조직이 커지는 것과 그 안에서 내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 사이에는 조금 빠진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어쩌면 “조직”이라는 조금은 추상적인 단어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한 빠진 부분, 그것은 바로 함께하는 “동료”입니다.
물론 조직(회사)은 하나의 목표(비전)를 향해서 모인 구성원 전부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단어에서 바로 “사람”을 연상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직”이라는 단어를 “개인”의 반대항으로 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일하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회사가 커지고, 새로운 투자를 받거나, 상장한다고 해서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게 성장하고 똑같이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조직과 개인 사이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기 때문에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앞선 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직과 개인(나) 사이에는 “동료”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나 또한 성장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성장을 이끌고 돕고 확인해주는 존재가 바로 동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돌아보면, 2020년 초 제가 the.WATERMELON에 들어온 이후 여러 동료를 만났고, 저는 그들을 보고, 그들에게서 듣고, 그들을 따라 하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공간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저의 동료들이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배울 수 있고, 저의 재능(또는 부족함)을 발견해주고, 그리고 나의 성장을 확인해주는 사람들. 이것이 제가 the.WATERMELON에서 경험한 사람이자 동료이며, 제가 생각한 성장의 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