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 뉴스레터의 대명사가 된 뉴닉의 슬로건이죠. 모든 것이 휙휙 바뀌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뭐 하나 앉아서 진득하게 보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그런 현대인들의 마음을 겨냥한 분야 별 미디어 브랜드들의 등장! 오늘은 어떤 브랜드가 자신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잘 내고 있는지 살펴보며, 밀려있는 콘텐츠 정독 욕구를 다시 불태워봐요.

 

 



젊치인이 오면 깨워주세요, 뉴웨이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리를 펴고 드러 누워버린다면? 그것도 몇백 명이 다 같이? 이런 상상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현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 밈, 저 밈을 넘나들며 MZ세대와 정치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밈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뉴웨이즈입니다. 구독자를 유권자가 아닌 젊치인(젊은 정치인) 캐스팅 매니저라고 명명하는 방식부터 독특한데요. 프로듀스 101 등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번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더 익숙한 호칭일지도 모르겠네요. 직접 젊은 정치인을 캐스팅 할 수 있는 주도권이 당신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죠.

 

장면을 바꾸다 보면 풍경이 달라진다 / [자료 출처 뉴웨이즈 홈페이지]

뉴웨이즈는 누울자리캠페인을 통해 #여의어때 #야눕자 #선젊포고 등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릴레이로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젊치인을 기다리는 돗자리 부대를 만들어 버렸어요.

 

사실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 시초는 나이키였다는 것. 수박레터의 꾸준한 구독자라면 이미 다 아시겠죠?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 앞에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 저들의 에너지로 재밌는 놀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인스타그램 속 나이키 에어맥스 줄서기 캠페인으로 실현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나이키의 성공 사례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여러 브랜드에서 종종 시도하는 흔한 캠페인이 되어버린 느낌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뉴웨이즈의 캠페인이 MZ 세대들에게 어필하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내 피드에 올려도 괜찮을, 아니 올리고 싶을 만큼 귀엽고 독창적인 캐릭터를 활용한 이미지입니다. 감죽감살, 감에 죽고 감에 사는 요즘 MZ세대로 하여금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포스팅을 유도하는 것은 세상 어려운 미션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캠페인이라도, 그 의도가 선하더라도, 그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올려할 이미지가 별로라면, MZ세대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측면에서 이미지 하나로도 수많은 피드 속 핑거 스토핑이 될 만한 일러스트 이미지가 캠페인 성공의 키였다고 봅니다. 이 이미지들이 합쳐 장관을 이룬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가 그대로 재현된 듯한 피드도 한 몫 했죠. 뉴웨이즈는 다른 역동적인 캠페인과는 다르게 젊치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누워있음’에 집중했습니다.

 

누워있는 모습도 제 각각 뉴웨이즈, 에어맥스의 '힙'함을 잘 살린 나이키의 일러스트레이트 / [출처 해시태그 '선젊포고', '에어맥스줄서기' 캡쳐화면]



나중은 없다 오직 지금뿐, 롱블랙

유튜브의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 기능, 얼마나 이용하세요? 그리고 그 목록에 있는 영상은 얼마나 안 보시나요?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심리 때문에 쌓아 놓은 영상이 밀려있는 거죠. 이 심리에 반하는 데드라인 효과(deadline effect)를 잘 활용한 지식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하루 하나의 아티클로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 하지만 24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어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우리는 당장 ‘입장’할 수 밖에 없죠.

 롱블랙의 네이밍부터 인상적입니다. Long, 깊이 있으면서도, Black,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콘텐츠를 전달하겠다고 하네요. 롱블랙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주로 먹는 커피의 이름인데요, 커피 한 잔의 작은 차이를 알아채는 섬세한 취향의 소유자를 위한 미디어라는 의미를 담았대요. 그런 섬세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일까요, 협업 툴 슬랙Slack을 통해 실시간 구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겠다는 시도도 진행 중이에요.

 

입장권으로 입장하는 하루 한 번의 성장, 앞으로 다가올 콘텐츠도 미리 살짝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여요 / [출처 롱블랙 홈페이지]

 

이미 롱블랙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신 분들은 캐치하셨을 거에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왠지 다른 미디어들의 접근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을요. 그래서 자세히 보니 뭔가 하나 없는 것 같아요. 눈치채셨나요? 롱블랙 홈페이지에는 많은 뉴스레터에서 사용하는 시선을 끌고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가 없어요. 군더더기를 최대한 덜어낸 간결한 UI/UX이죠. Simple is the best. 롱블랙은 이를 과감히 배제하고 사진과 텍스트로만 홈페이지를 구성했어요. 눈에 띄는 몇 가지 컬러만이 일러스트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없이 간결하고 깔끔한 홈페이지가 오히려 롱블랙의 이름에 걸맞는 시크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한몫한 걸까요? 롱블랙은 어딘지 모르게 패션 브랜드 홈페이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해요.

 

 

군더더기 없는 롱블랙 홈페이지 / [출처 블로터]



한 줄의 독서 한 줄의 성장, 텍스처

독서를 좋아하는 구독자 분들이 계시다면 반길 만한 텍스처라는 플랫폼이 등장했어요. 수박C는 텍스처를 ‘문장 수집가를 위한 소셜 독서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싶은데요, 독서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셜플랫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하고 싶어요. 책 속 문장을 쉽게 공유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문장을 통해 새로운 책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문장이라는 취향을 매개로 서로 연결될 수도 있죠.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콘텐츠는 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의 바운더리를 넓히며 일에서 뿐 아니라 정서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는 텍스처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책을 읽으시나요? 본질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고독한 활동이에요. 하지만 책을 매개로 한 나의 생각을 스크랩을 통해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는 소셜적인 행위로 만든 것이 텍스처의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읽는 것에서 나아가 읽은 것으로 소통하는 활동을 통해 지식과 지적 체험을 강화할 수 있죠. 이를 활발히 나누는 활동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소셜의 순기능이죠.

 

Read, Discover, Connect / [출처 텍스처 홈페이지]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아마 살짝 의문이 드실지도 몰라요. 소셜과 독서를 연결지은 게 그렇게까지 새로운 점인가? 기존의 트레바리나 문토 같은 소셜 독서 살롱, 커뮤니티 서비스와의 다른 점이 뭐지? 라는 의문이요. 수박C는 기존의 독서 살롱과 텍스쳐의 차이는 플랫폼이라는 키워드에 있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교류해야 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동시간성이 중요합니다. 반면 플랫폼은 그러한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죠. 누구나 쉽게 어디서든 나만의 아카이빙을 할 수 있고, 그리고 공유한 문장에 대해 댓글을 달거나 반응하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같은 텍스트로 다양한 해석과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고 이를 적극 공유하는거죠. 살롱이나 커뮤니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텍스쳐라는 서비스가 단순한 온라인 상의 커뮤니티를 넘어,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여질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취향이 담긴 글이 모여있는 스크랩 북. 이 역시 언제든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텍스처 어플리케이션]



금융의 모든 것, 토스피드

콘텐츠를 통해 맛있게 브랜딩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토스피드입니다.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는 간결하고 명확해요, “콘텐츠도 토스가 만들면 다릅니다”

‘금융의 모든 것’ 토스가 만들면 다르다, 브랜드의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그 포부가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획은 시리즈입니다. 피드만 보아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딱 오지 않나요?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기존의 금융, 경제 기업들의 브랜드 채널 운영 전략이 경제 지식 해설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토스 피드는 조금 더 밀레니얼의 경제와 삶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입니다. 같은 경제 지식 해설이라도, 밀레니얼 독자가 어려워할 만한 금융 용어를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는 식이죠. ‘경제’라고 할 때 막연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대한 숫자들이나, 차트 같은 이미지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보입니다. 그 자리는 사람, 그리고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채우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토스가 생각하는 금융 생활일지도요.

 

금융 팁이 들어있는 굿즈까지 발송했대요! 온라인 뿐 아니라 손에 잡히는 굿즈로 한 번 더 브랜딩하는 토스피드 / [출처 토스피드]

 

토스 피드 채널이 겨냥하는 타깃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제 막 경제에 눈을 뜨고, 자신의 삶을 경제적 측면에서도 책임지려고 하는 밀레니얼들에게 말을 걸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입니다. 동물과 금융, 환경과 비용 등 이게 경제와 무슨 관계지? 싶어지는 포스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것이 경제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콘텐츠이죠. 브랜드 홍보 콘텐츠는 ‘광고가 많을 거야, 재미가 없을 거야’라는 예상을 가볍게 뒤집으며, 브랜드의 콘텐츠라는 태생적 한계를 뒤로하고 밀레니얼을 위한 금융 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하는 중입니다.

 



아아 수박이 왔어요, 수박레터

수박레터는 매주 수요일, 가장 딴짓 하고 싶은 오후 4시를 브랜드 뉴스를 통해 브랜드쟁이인 구독자 여러분께 인사이트를 드리는 시간으로 바꾸는 뉴스레터에요. 

 

하나의 주제를 5개의 브랜드로 바라보며, 메타버스 뿐 아니라 믹스버스, 슬리포노믹스, 도넛, 식물, 구독 경제 등 경계 없는 브랜드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브랜드 대표 버티컬 미디어이죠. 뿐만 아니라 CNP, 청정원 안주야, 홀맨 등 하나의 브랜드를 5개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살펴보기도 했어요.

브랜드로 화제를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콘텐츠인 be, Brand와 비마이비에서 진행한 브랜드 세션을 맛볼 수 있는 세션 맛보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콘텐츠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는 채널이죠? 그래서 비마이비를 수박레터라는 콘텐츠를 발행하는 콘텐츠 레터 서비스로만 아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비마이비는 마케팅과 브랜드 영역에서 활동 중인 5천 명 이상의 멤버가 함께하고 있는 국내 최대 브랜드 관련 커뮤니티이자 비마이비 그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비마이비는 노들 섬의 책방 노들서가, 아무튼 시리즈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손에 잡히는 콘텐츠이자 브랜드로 또 한 번 구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놓은 수박레터를 손에 잡히는 조각 카드로 만들고, 각 아티클과 관련된 주제의 아무튼 시리즈 책과 연계해, 읽기만 하는 아티클이 아니라 여러분이 가지고 놀 수도 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수박레터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을 기회로 삼아 구독자 여러분께 다가갈 테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