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떤 음악 듣고 계세요? 새로운 음반이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져 나오는 요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이하 플리)는 곧 나라는사람을 가장 명확하고 쉽게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그만큼 음악에 있어서 취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죠. 자연스럽게 TOP 100 차트를 벗어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 취향을 저격하는 음원을 추천 해주는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어요. 거기에 멜로디와 가사를 넘어 음악을 ‘보고’ ‘이야기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요.
여기에는 물론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겠죠? 오늘은 다양한 콘텐츠들 사이에 음악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차별화하는 브랜드들에 대해 알아보아요 🙂 음악 어플을 벗어나 SNS, 유튜브까지 뻗어 나가 NEXT LEVEL에 도달한 플리들, 지금 ‘들으러’ 가볼까요?
구독자 여러분은 어떤 웹툰 좋아하세요? 이제 웹툰은 단순히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K-콘텐츠 흐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중 대부분은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한 작품들이죠. 스낵컬처(snack culture) 콘텐츠라는 인식을 넘어서 하나의 콘텐츠 IP로 자리 잡은 거예요. 다양한 색깔과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늘어가는 웹툰 플랫폼들 중 가장 뚜렷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 웹툰이에요.
네이버 웹툰은 2004년부터 쌓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을 보여요. 특히 BGM(배경음악) 기능은 독자가 웹툰을 읽는 중 작가가 의도한 시점에 BGM을 삽입함으로써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어요. 웹툰의 스크롤 형식에 맞춰 타이밍을 조절하는 이 기능을 가장 적절히 활용했던 장르는 ‘공포’였어요. 독자가 읽는 속도를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웹툰 콘텐츠에서 적재적소에 삽입된 bgm과 효과음들은 공포 장르의 긴장감을 살리기에 가장 좋은 장치였기 때문이죠.
이후 효과음, bgm을 넘어 해당 작품에 어울리는 OST 트랙을 만드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마치 드라마/영화에서 OST를 내는 것처럼 작품 분위기에 맞는 OST들이 제작되었습니다. 웹툰 OST의 가장 큰 특징은 앨범 커버 이미지가 웹툰 일러스트로 되어 있어 작품과의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노래의 분위기에 맞는 웹툰 속 장면을 마주한 독자들은 작품 속 캐릭터들을 웹툰 밖에서 만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장르물보다는 일상물, 특히 로맨스 장르에서 OST가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무려 15곡이나 발매된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OST. 다양한 가수들의 참여로 화제가 되었어요. / [자료 벅스 뮤직]
네이버 웹툰의 작품별 OST는 네이버 앱 혹은 네이버 웹툰 앱을 벗어나서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연장된 경험을 제공해요. 단순히 읽고, 보는 걸 넘어서서 일상에서 웹툰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추가되어, ‘과몰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과몰입을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팬덤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작품에 대한 팬심을 넘어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경험에 만족하고 팬이 된다는 것, 콘텐츠 플랫폼 브랜드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목표가 아닐까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가 나오면서, 기존의 음악 어플에서 옮겨 와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맞춰 음악 플리를 주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들도 등장했죠. 플리 유튜버들은 콘텐츠를 구성할 때 음악 선정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목, 썸네일, 재생 시 보이는 화면 속 영상/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플리 콘텐츠를 선택할 때, 단순히 ‘음악 리스트’만 보고 고르는 게 아니라 썸네일을 보고 영상을 고르는 순간부터 감상을 시작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게다가 음악을 들으며 영상 주제에 맞는 댓글을 달며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함께 감상을 공유합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죠.
크리스마스 날 essential; 플리 틀어놓고 와인 마시면 분위기 짱일 것 같네요 / [자료 essential; 유튜브 채널]
플리 콘텐츠는 채널 주인, 즉 콘텐츠 제작자의 큐레이션/취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제작자와 구독자 사이에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형성이 가장 중요해요. 구독자들은 제목과 썸네일만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제작자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필요합니다. 제작자도 기업 차원의 큐레이션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내’가 정성 들여 고른 노래라는 걸 드러내는 게 중요해요. 제작자를 한 ‘사람’으로 보고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가며 소통하는 재미도 플리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essential;은 ‘본캐’인 벅스 뮤직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고 essential;이라는 이름의 부캐로 콘텐츠를 제작하며 친근하면서도 힙한 이미지를 형성했어요. 또한, 플리를 구성한 각 PD의 이름을 강조하고 세련된 썸네일 이미지를 추가해 플리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준 거죠.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플랫폼에 따라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콘텐츠로 거듭난 좋은 사례예요.
오늘의 집 유저들은 방 인테리어 사진을 업로드 할 때 essential;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활용해요 / [자료 @byuxxmxx]
게다가 essential;은 플리 콘텐츠 중에서도 아주 독특하게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다른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내는 독특한 경우예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테리어 요소 중 하나로 쓰이는 거죠! 오늘의 집에 자신의 방 혹은 집의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은 공간 내의 배치와 색감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의 인테리어 후기 사진 속에서 essential; 채널은 하나의 미술 작품이자 내 방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사용돼요. 콘텐츠 소비자들이 채널 방향성에 부합하는 소비 방식을 타 브랜드와 SNS를 통해 보여주면서 essential; 콘텐츠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미(사진)가 더욱 강조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었던 거죠.
음악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같은 음악을 들으면 당시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스멀스멀 나죠. 그래서 브랜드도 우리 브랜드가 더 오래 기억되기 위해, 특별한 곳이 되기 위해 플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그 플리를 우리의 일상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공유합니다.
합정의 ‘새검정’은 커피도 맛있지만, 일대를 힙하게 바꾸어 놓은 노래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면 음악이 너무 좋아, 집중도 잘 되고, 그냥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평은 꼭 빠지지 않아요. 스피커도 구석구석 놓여있어 공간을 음악으로 꽉 채우죠. 이들은 KT의 지니(genie)와 함께 플리를 공개했어요!
한 쪽 구석을 지키며 dj파티를 기다리는 턴테이블. 오프닝 파티에는 허클베리피(래퍼)도 와서 공연을 했다고 해요 / [사진 비마이비]
프릳츠도 자신들의 플리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포티파이에 올려놨어요. 공간에서의 추억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브랜드를 항상 향유할 수 있도록 말이죠! 플리를 공유하는 방법과 채널은 참 많은 것 같아요. 사운드클라우드도 대표적인 예이고요. 덕분에 여러 음악 플랫폼을 이용해 볼 수도 있고요. 브랜드를 통해 브랜드 경험 과정을 늘려가는 새로운 방법입니다 🙂
사진을 눌러 프릳츠의 플리를 확인하고 일상에서 프릳츠와 함께 해보세요 / [자료 프릳츠 인스타그램]
하지만 오히려 아무런 플리, 심지어 배경음악도 없이 소리로 브랜딩하는 카페도 있어요. 바로 서교동 앤트러사이트. 도심 속 산장처럼 만든 조용한 저택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자신의 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줘요. 조용할 날 없는 내 귀에 아무런 소음도 필요하지 않을 때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었죠.
고요함이 플리가 되는, 고요함이 브랜딩이 되는 서교 앤트러사이트 / [사진 비마이비]
Ode Studio Seoul (오드 스튜디오 서울)은 다양한 장르의 감각적인 음악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진들로 플리를 만드는 채널이에요.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 여타 다른 플리들과 비슷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채널의 차별점이자 주목받게 된 콘텐츠는 바로 ‘미술관’ 플리입니다! ‘비 오는 날 미술관에서, 재즈’라는 콘텐츠는 조회수 142만 회를 넘으며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어요. ‘정말 미술관에서 듣는 음악 같다, 전시 보면서 들었는데 정말 좋았다’는 후기들과 함께 찐팬들을 만드는 계기가 됐죠. 이 플리의 영향이었을까요? 이후 ‘블루메 미술관’과 콜라보레이션하여 미술관을 테마로 한 플리를 제작하게 됩니다.
비 오는 날 들으면 저절로 미술관에 가고 싶은 플리예요./ [자료 Ode Studio Seoul 유튜브 채널]
이 플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두 개의 채널이 플리를 통해서 대화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블루메 미술관의 유튜브 채널 ‘Blume Table(블루메 테이블)’과 오드 스튜디오 서울이 총 5개의 테마에 대해 각각 두 개씩 플리를 선보여요.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미술관을 둘러싼 공간들 등의 테마에 맞춰 서로 상반된 형식의 제목을 지어 두 채널의 콘텐츠 콜라보레이션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거죠. 예를 들어 테마가 ‘큐레이터의 하루’라면 오전 9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플리는 블루메 테이블에서, 오후 9시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플리는 오드 스튜디오 서울에서 구성하는 거죠. ‘오프닝·엔딩 시퀀스, 오전 9시, 오후 9시’처럼 대비되는 제목은 사람들이 한 콘텐츠만 보고 채널을 떠나는 게 아니라 다음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 브랜드 경험 시간을 늘려줍니다.
오드 스튜디오 서울 X 블루메 미술관 콜라보레이션 플리. 사진을 눌러 플리를 감상해보세요! / [자료 Ode Studio Seoul 유튜브 채널]
사람과 공간, 시간을 미술관과 연결하여 전달하는 이 콘텐츠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미술관으로 출발하는 시점부터 공간을 둘러보는 순간, 돌아오는 풍경까지 연상하게 만들어 결국엔 미술관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거죠. 게다가 전시 주제를 표현하는 플리를 만들어 사전에 전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해요. 해당 플리 가 만들어진 시기에 하고 있는 전시를 소개하고, 이 전시 주제에 맞춰 준비한 음악들을 들려주고, 사람들은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거죠.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한 음악 플리나 ASMR 콘텐츠들은 기존에 많았지만 하나의 미술관과 콜라보레이션를 진행해 특정 전시에 대한 플리를 만든 게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드 스튜디오 서울의 관점으로 해석한 블루메 미술관 플리는 미술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 놓게 만들어요. 어떤 전시, 어떤 그림을 보고 싶은 ‘목적’이 뚜렷할 때 가는 것도 좋지만 그냥 지나가다가, 이 플리의 음악을 듣다가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떠오를 때도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공간으로 이끄는 힘을 가진 플리,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플리를 통해 여러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플리 자체를 시각적으로 즐기며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라이브 플리는 딩고 뮤직의 킬링 시리즈에요. 딩고 뮤직은 선미, 박원, 어반자카파가 소속되어 있는 메이크어스에서 만든 음악 콘텐츠입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 화면 콘텐츠의 선발 주자인 세로라이브는 윤종신의 ‘좋니’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일방적으로 가수의 노래만 듣는 것이 아닌 댓글을 통해 소통을 하는 소셜의 역할도 해냈죠. 이후 100초 시리즈, 이슬라이브 등 가수가 꼽는 자신의 대표곡 플리 콘텐츠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보컬은 킬링 보이스, 래퍼는 킬링 벌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 플리는 단순히 가수가 ‘노래 잘하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골라온 대표곡의 선정, 입담과 진행이 이 브랜드를 찾게 되는 요소에요. 추억 속 가수가 등장하며 ‘드디어 나왔다’ ‘추억 속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라는 반응 또한 이끌어 내고 있죠.
목소리가 80, 진행이 20이었다는 성시경의 킬링보이스 / [자료 딩고 뮤직 유튜브 채널]
이와 비슷한 듯 다른 듯, 재미있는 플리 브랜드를 두 개 더 소개해 드리며 오늘의 my B letter를 마칠게요. 딩고 뮤직보다 더 오랜된 내러티브를 갖는 플리 브랜드도 있어요. 바로, 미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 뮤직의 tiny desk 시리즈. 책상 앞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는 아델과 콜드플레이,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 스팅, 앨리샤 키스 뿐 아니라 BTS까지 나왔다죠!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며, 이렇게 모여서 즐겁게 노는 모습만으로도 치유를 받았다는 댓글이 많아요 / [자료 npr music 유튜브 채널]
조그마한 스튜디오를 탈출해 세계적 문화유산과 랜드마크 앞에서 플리와 시야를를 뽐내는 채널 cercle도 있어요. 책상 앞 콘서트 혹은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며 디제잉을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브랜드는 어떤 재미있는 플리를 기획해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의 레터가 여러분의 자유로운 브랜드 상상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전세계에서 여러분의 최애 스팟은 어디인가요? 비마이비는 우유니 사막 위에서 공연하는 FKJ의 클립도 추천드려요 / [자료 cercle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