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 속 입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쓰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비마이비. 비마이비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항상 브랜드와 살을 맞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my B letter 역시 우리의 일상 속 브랜드를 다뤄왔어요. 그러던 중에 브랜드를 묶는 관점을 달리해, “분야별로 카테고리를 나눠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시작된 비마이비의 <브랜드 카테고리>! 첫 주제는 문구 브랜드입니다.
요즈음의 문구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갖고, 그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리고 문구 브랜드의 대표 주자들은 오랜 시간의 헤리티지를 어떻게 간직해오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지를 비마이비와 함께 알아보아요! 레터 마지막에 보마켓에서 열리는 비마이비 5주년 팝업 소식과 여러분께 인사이트를 요약해서 전달해드리는 마이노트 저장과 공유까지 꼭 잊지 마세요! 🙂
주문했던 제품을 받을 때 ‘나’만을 위한 한 문장이 적혀 있다면 어떨까요? 내가 돈을 내고 구매했음에도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적고 싶은 문장들이 떠오를 것 같아요. 제품과 함께 온기를 전달하는 브랜드, 아날로그 키퍼의 이야기입니다. 문구 제품을 주문하면 정성스러운 포장은 기본이고, 팀원들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적은 ‘기록 응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메시지를 작성한 팀원의 이름도 함께 도착해요. 누가 나에게 정성스러운 글을 남겨줬는지 기억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요. / [자료 출처 아날로그 키퍼 인스타그램]
아날로그 키퍼는 이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문구 브랜드예요. 브랜드를 꾸려나가는 문경연 대표가 화자가 되어 인스타그램으로 주로 소통하며, 사용자를 가장 우선시하는 브랜딩을 보여주죠. 위에서 소개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실사용한 제품 사진들을 공개하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문구 브랜드는 하나의 아이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아이템을 조합하다 보니 그 자체의 색감 외에도 사용하는 펜, 스티커, 여백 등을 고려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용했을 때의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팀원들이 실제 사용한 제품 사진들을 올려주는 거죠.
실제 사용한 모습, 색감을 볼 수 있는 제품 사진들 / [자료 출처 아날로그 키퍼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기능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요. 아날로그 키퍼 제품에 관한 질문부터 평소 사용하는 문구, 듣는 음악, 읽는 책 그리고 삶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공유합니다.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를 통해서 공유되는 이 질문들의 제목은 ‘우리들의 이야기’예요.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결국 아날로그 키퍼 브랜드의 이야기 그 자체가 되는 거죠. 정성스러운 답변을 읽다 보면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있고, 아날로그 키퍼 브랜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함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아키(아날로그 키퍼) 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우리들의 이야기 시리즈는 아날로그 키퍼 특유의 솔직하고 다정한 소통이 돋보여요! / [자료 출처 아날로그 키퍼 인스타그램]
문구는 자기 손으로 스스로의 스케줄을, 해야 할 일들을, 오늘의 감정을 그리고 내일의 다짐을 적는 경로예요. 본인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자 기록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해요. 아날로그를 지키는 마음과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마음을 담은 문구 브랜드, 아날로그 키퍼를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경험을 해보세요. 물론, 아키(아날로그 키퍼)가 전하는 온기도 함께 느끼면서요!
MBTI가 N인 비마이비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내가 쥐고 있는 이 연필이 세기 최고의 작가가 쓴 연필이었다면 글이 잘 써질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요. 소설가 김훈은 연필로 원고를 쓰면” 몸이 글을 밀고 나아가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몸이 글을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블랙윙이에요. 이 연필은 이미 <에덴의 동쪽>을 쓴 노벨 문학가 존 스타인벡, ‘벅스 버니’의 아버지 척 존스 등 훌륭한 작가들이 세기의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 연필로 잘 알려져 있어요. 뿐만 아니라 블랙윙을 사용한 소설가/건축가/미술가를 기리기 위한 시리즈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죠. 블랙윙은 시리즈에 따라 디자인 뿐 아니라 심의 두께도 다르기 때문에 각 시리즈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해요.(품귀현상까지 나는 것은 아니지만요!) 날개가 달린 것처럼 종이 위를 활강하는 블랙윙은, 연필에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를 새겨 브랜드 본연의 컨셉에 더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연필에 비해 조금만 압을 가해도 종이 위에 그려지는 심 덕분에 키보드와 스마트폰이 더 익숙해진 요즘에도, 이 손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니아층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어요.
오리지널 602 모델을 복각한 팔로미노의 블랙윙 602 / [자료 출처 블랙윙 인스타그램]
현재 팔로미노에서 블랙윙의 정신을 계승해 연필을 만들고 있지만 에버하드 파버(파베르)가 블랙윙의 창시자라고 해요. 네, 문구 브랜드 ‘파버 카스텔’의 ‘파버’ 가문이 맞습니다. 창업주 카스파르 파베르(Kaspar Fabre)는 오두막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연필 사업을 시작했는데, 연필 등급이나 다른 연필 브랜드와 구분하기 위해 하프, 별, 달, 쌍도끼 등의 문양을 새겼고, 문양 덕분에 탄탄한 수요층이 생겼다고 해요. 시대가 달라도 역시 브랜드의 힘은 강력한가 봐요.
모델과 심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모델이 나뉘어져 있어요. 다양한 모델과 가이드 / [자료 출처 블랙윙 인스타그램]
랙윙 뒤 꼭지의 납작 뭉툭한 지우개도 이 브랜드의 특징이에요. 누가 썼는지는 별 관심 없고, 이 교체 가능한 지우개 때문에 블랙윙을 선택한 사람이 있을 정도이죠. 또한 이 지우개 덕분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는 오묘한 필기감이 있다고 해요. 연필 하나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그리고 괜히 연필로 원고를 쓰게 만드는 블랙윙은 분명 브랜드적으로도 가치가 훌륭해요. 곧 소개해 드릴 포인트오브뷰에서도 블랙윙을 만날 수 있으니, 이번 주말에는 비마이비 5주년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보마켓도 들를 겸, 포인트오브뷰도 들를 겸 서울숲으로 브랜드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테들러는 독일 뉘른베르크의 연필 역사와 함께 태어났다고 여겨질 정도로 오래된 역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예요. 스테들러 집안은 가내 수공업으로 연필을 1660년대부터 생산하기 시작해, 1835년에 요한 세바스찬 스테들러가 본격적으로 ‘스테들러’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돼요. 스테들러 연필은 1900년대 초 왕실 특허 사무소에 정식으로 등록되었고, 스테들러의 브랜드 라인 ‘노리스’는 17세기 독일 뉘른베르크 도시를 상징하는 표현에 사용되기도 했죠.
팬톤 지정 2022 올해의 색을 닮은 퍼플 제품라인과 다양한 파스텔톤 색상을 입힌 슬라이딩 지우개가 구매 욕구를 자극해요. / [자료 출처 스테들러 인스타그램]
최근의 스테들러는 다양한 색상과 새로운 도전, 환경을 생각한 브랜드로 문구 업계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다양한 색상의 제품들을 출시하며 #공스타그램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쉽게 섞이고자 해요. 형광펜, 슬라이딩 지우개 등에서 다양한 색상을 선보여 구매 선택의 폭을 늘리면서 공스타그램의 ‘예쁜 사진’ 속에 녹아들게 한 거죠.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헤리티지를 가진 노리스 브랜드 디자인의 S펜을 출시해 스테들러의 브랜드 접점을 늘렸어요. 문구 제품은 단순히 노트, 펜, 스티커 등 아날로그 문구 제품뿐만 아니라 노트북, 패드 등 다양한 디지털 제품들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S펜 출시를 통해 패드로 필기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통의 필기구 브랜드를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패드에 직접 사용 가능한 스테들러 S펜. 점보 제품은 뒤의 지우개를 통해서 내용을 지울 수도 있어요. / [자료 출처 스테들러 홈페이지]
또한, 스테들러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입니다. 문구 브랜드의 제품들은 대부분 소모품이기 때문에 환경과 거리가 있는 산업으로 느껴지지만, 스테들러는 나무를 사용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친환경 인증 목재를 사용하고 자체적인 목재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국내에서도 서울환경영화제에 참여하거나 ‘몽땅연필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향에서 환경친화적 활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오래된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가,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지금의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은 조화로우면서도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해요. 몇백 년이 지나도 꾸준한 기술력과 시대 적응력을 보여주는 브랜드는 누구나 할 수 없기에 더욱 가치 있는 모습인 것 같네요.
우리는 왜 아직 펜으로 노트에 일기를 쓸까요? SNS의 시대에 어디서든 간편하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2022년에도 여전히 스타벅스에서는 연말 프리퀀시로 다이어리를 내놓고, 사람들은 이를 갖지 못해 안달입니다.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은 단순히 열풍을 넘어 창작물이 되었죠. 가장 자신의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는 브랜드, 몰스킨은 2세기 동안 헤밍웨이, 피카소, 고흐가 세기의 창작물을 스케치하고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한 필수품으로 유명합니다. 소설가의 노트와 아방가르드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뮤지션의 작곡 노트도 공유하며 몰스킨은 창작자를 위한 ‘아직 쓰여지지 않은 책’을 슬로건으로 걸었습니다. 브랜드가 특정 고객층을 파고들면 그 타겟의 고객은 브랜드에 친밀감에 더욱 높아져요. 그런데 몰스킨은 특정 타겟만 겨냥하는 브랜드가 아닌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입니다. 몰스킨이 널리 사랑받으면서도 동시에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가 된 데에는, 몰스킨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로 각자의 책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문구점이 아닌 서점에서 판매된 초기의 몰스킨은 특유의 투박함과 간결함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지식과 문화를 연결하는 브랜드로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창작자를 위한 아직 쓰여지지 않은 책 / [자료 출처 몰스킨 인스타그램]
매일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도 물리적인 기록의 힘은 여전합니다. 생각을 펼치기에 펜과 종이만 한 것은 없죠. 정보는 스마트폰 속에 더 많지만 할 수 있는 집중의 깊이도 다릅니다. 오죽하면, 메모 애플리케이션의 대표적인 브랜드 에버노트가 몰스킨에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을까요? 하지만 고여있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요. 노트에 기록함과 동시에 패드 속 애플리케이션에 메모가 그대로 옮겨지는 현재형 노트도 출시하는 몰스킨입니다.
여러분은 ‘다락방’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좁은 계단을 올라, 작은 문을 통과하면 몸이 겨우 들어 갈만한 나무 벽이 등장하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나지만 싫지만은 않습니다. 애정과 추억, 이유가 담긴 소중한 물건은 다락방에서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를 더해요. 공간과 물건에 사람이 묻어있는 것이죠. 성수동의 포인트오브뷰는 비마이비에게 이런 브랜드입니다.
취향이 담긴 다락방 같은 브랜드 / [자료 출처 포인트오브뷰 홈페이지]
포인트오브뷰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에요. 왜 이 문구를 골랐고, 이 문구를 사용하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브랜드입니다. 좁은 공간 속에서 각각의 위치를 지키는 물건들은 의미와 위치에 따라 각자의 자리를 잡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요. 포인트오브뷰에서는 펜 앞에 으레 늘어져 있는 시필지를 통해서도 잠시나마 고객들이 연필을 잡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산책하듯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스토리 덕분에, 다른 문구점에서도 찾을 수 있는 연필은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죠.
살 수 밖에 없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포인트오브뷰의 큐레이션 / [자료 출처 포인트오브뷰 인스타그램]
브랜드의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관점이 중요한 포인트오브뷰. 이 브랜드의 공간 이곳저곳 놓여있는 사과는 ‘관점’을 대변하는 오브제입니다. 인류의 중요한 사건의 길목에는 항상 사과가 있었죠. 아담과 이브, 아이작 뉴턴도 그러하고, 스티브 잡스도 그렇죠. 하지만 포인트오브뷰가 주목한 사과는 원근법을 부정한 폴 세잔의 사과입니다. 모두가 원근과 단일 소실점에 매료되어 있을 때, 그는 원근법을 각자의 관점을 무시한다고 여기고, 각자 다른 관점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복수의 소실점을 통해 회화에 입체감을 불어 넣고 다양한 관점을 주장한 그. 이 브랜드는 문구를 통해 그런 관점을 전달합니다. 포인트오브뷰가 큐레이션 카드를 통해 담은 문구류의 이야기, 한 점의 캔버스에 다양한 관점을 이야기하려던 세잔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각자 다른 관점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포인트오브뷰와 세잔의 캔버스 / [자료 출처 포인트오브뷰 인스타그램, 네이버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