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열정적인 팬, 이른바 ‘충성 고객’은 브랜드를 응원하며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핵심 고객인데요.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어떻게 충성 고객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죠.

‘녹기 전에’는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2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더불어 단골손님이 직접 나무위키에 브랜드를 소개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팬을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진정성 있는 접객”이 있습니다. 녹기 전에 사장님 ‘녹싸’님은 인스타그램에서 재밌고 특이한 문체로 소통하고 고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 있어 ‘녹기 전에’만의 접객으로 많은 팬들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이러한 좋은 기분을 주는 접객 가이드를 담은 책 <좋은 기분>은 출간 2달 만에 2쇄를 찍기도 했죠.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는 녹싸님을 만나 브랜드 ‘녹기 전에’의 접객 마인드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01 좋은 기분을 전달하는 ‘기분차’를 만들다

 

녹기 전에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재미’입니다. 매장에는 녹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모형, 시선을 끄는 재미난 문구와 함께 공식 SNS에는 ‘녹기 전에’ 특유의 위트있는 문체가 웃음을 유발하죠. 아이스크림 이름도 특이한데요, 그중 ‘week series’ 콘셉트는 ‘불타는 월요일’, ‘지루한 화요일, ‘정말로 수요일’, ‘아득한 목요일’ 등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재치 있는 콘셉트와 네이밍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녹기 전에는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으로 혹은 대화를 나누는 등 손님이 매장을 나가실 때 기분이 좋아져 기분의 차이가 발생하는, 즉 ‘기분차’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자 사명이라고 얘기합니다.

유머 천재, 쩝쩝 천재 / 자료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 비마이비

녹기 전에는 손님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골손님들이 먹고 싶은 재료를 가져와 아이스크림으로 개발하고, 악필 대회, 보물찾기 등 다양한 주제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악필 대회 1등 수상작은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되어 매장에 약 2주간 전시되기도 하고, 보물찾기 부상으로는 녹싸와의 식사권, 1일 알바권 등 손님과 직원 모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02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좋아해야’ 하는 것으로

 

녹기 전에가 이전까지는 재미를 목표했다면, 최근에는 ‘공동체’를 목표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변화를 시도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생장’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가게의 성장에 있어서 빠르게 자라나지만 어느 순간 커지기를 멈춰버리는 동물의 체세포 식 ‘성장’보다, 느리지만 뿌리부터 잎까지 끊임없이 자라는 식물의 ‘생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넘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활동의 하나로 ‘나무 심기’가 있는데요.

쓰레기 산이었던 노을공원에서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초래한 문제들을 바로잡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적이죠. 그리고 녹기 전에 내부적으로는 2024년 ‘협업 금지 선언’을 했습니다. 작년 한 해 30여 개의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녹기 전에를 더 많은 분께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지만, 협업이 업계와 소비 세계의 주요한 동력으로서 유지되고 있는 거시적인 환경을 경계한다고 말하는데요.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도파민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또 희소성에 취해 충동적으로 산 제품들이 삶에 더 나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가게”를 위해 도파민의 메커니즘으로 영업을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삶의 의미를 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도파민보다 내일의 지속가능성을 보기 위한 노력 / 자료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브랜드 제품과 메시지를 공감해 주는 손님들을 통해 좋아하는 일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녹기 전에’.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03 녹기 전에가 얼기 전에

 

Q1. 안녕하세요. 녹싸님, 마이비레터 구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브랜드, ‘녹기 전에’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NX : 안녕하세요. 아이스크림 브랜드 녹기 전에를 운영하는 녹싸라고 합니다. 본명은 박정수고요. 매일 아침 청소도 하고 창문도 닦는 모든 것을 하지만, 생각하는 것을 구현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둡니다.

 

녹기전에는 2017년 3월에 창업해서 8년 차가 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요. 종로구 익선동에서 시작해 마포구 염리동이라는 자그마한 동네로 이사왔어요. 비마이비와는 동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유머와 진심이 서로를 포함하고 넘나들며, 염리동을 지키는 녹기 전에 / 사진 비마이비

Q2. 녹기 전에는 그 시작의 스토리도 이유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NX : 대학교와 잠깐의 회사 시절을 거치며 사람들은 제일 ‘자극적인 단어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니던 학교가 통합되며 카이스트 졸업생이 된 것도 그렇고, 약 1년씩의 경험을 한 두산중공업과 현대자동차도 그렇고요. 의도가 어떠했든, 어떤 조직에 1초라도 소속이 되면 그 학교와 그 회사 출신이 되는 경험을 하며 브랜드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2016년 윤일(2월 29일)이 퇴사일이어서, ‘이 아름다운 날을 어떻게 기억하지?’라고 생각하다가 정확히 1년 뒤에 매장을 열면 의미가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1년 뒤인 2017년 3월에 녹기 전에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마이비와 녹기 전에의 브랜드 이야기를 나누는 녹싸님 / 사진 비마이비

Q3. 윤년과 퇴사일을 이어받은 신비한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왜 아이스크림이었나요?

NX : 사실 아이템이란 단어도 좀 어색할 정도로, 소거법을 사용하며 결국 제가 ‘즐기면서’ ‘2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만의 ‘즐긴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죠. 

 

저에게 즐긴다는 건 ‘감각’과 연관되어 있어요. 음악이면 청각, 영화면 시각 같은 거죠. 오래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감각이 역치 아래로 떨어지며 더 이상 ‘자극’이 아니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역치가 조금 높은지 그렇게 감각이 자극화되지 않는 경우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저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니 미각, 그리고 그중에서도 면과 아이스크림은 평생 먹어왔더라고요. 그럼 ‘얘네는 앞으로도 평생 질리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면 요리는 너무 요리의 영역이었고, 아이스크림은 당시 미개척지 같았어요. 제가 한 마디라도 전문 지식이 있다면, 필드의 전문가가 될 수 있으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젤라또 가게에서 잠시 일하면서 도구는 어떤 걸 쓰고 제조기는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큰 그림을 파악했어요. 우리 (스티브) 잡스 형님께서 말씀하신 ‘커넥팅 더 닷츠(Connecting the dots)’처럼, 제가 중구난방으로 살아오고 해왔던 것이 연결되어 별자리가 완성되는 순간이 바로 그때였어요. 저는 공대생이어서 식품 공학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워킹 홀리데이에서 배운 커뮤니케이션과 아르바이트를 통한 접객과 요식업 경험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직업에 몸을 담아도 되겠다는 생각에서 아이스크림 브랜드이면 첫 번째 직업으로 ‘오케이!’하고 접근 해봤죠.

녹싸의 점들 그리고 사람들의 점들이 모이고 연결되는 녹기 전에 / 자료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갈무리

04 명사가 된 ‘녹기 전에’

 

Q4. ‘녹기 전에’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요?

NX : 2016~17년도 당시 젤라또나 아이스크림 가게가 얼마 없었고, 모두 이탈리아어를 네임으로 내세웠어요. 그런데 막상 저는 집에서 투게더만 먹던 사람이었는데, 제가 갑자기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만들고자 이탈리아어를 쓴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저답지도 않은 거예요. 저는 스스로가 브랜드 가치를 고급스럽게 보여주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사람들이 익숙하고 평범하게 쓰는 어휘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직업을 5년에 한 번씩 바꿀 생각이었어요. (웃음) 그렇다 보니 유한한 ‘시간’이라는 것에 민감했고, ‘시간’에 관련된 단어를 브랜드 네임으로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녹다’라는 말과 ‘전’이라는 말 모두 시간과 관련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하다가도 문장에 걸리는 ‘녹기 전에’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Q5. 이런 솔직하고 친근한 배경 때문이었을까요? 녹기 전에는 단골손님들이 직접 나무위키에 작성할 만큼 두터운 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렇게 녹기 전에와 녹싸님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NX :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걸 알면 이상할 것 같고요. (웃음) 오히려 그 비밀을 알면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되잖아요. 

다만 재미있는 점은 저희 매장에 오셨던 손님이 주변의 지인을 데려오실 때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녹기 전에를 각자가 느낀 장점으로 모두 다르게 설명하세요.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매일 메뉴가 바뀌어’, ‘대회도 해’ 등.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그냥 재미난 것을’ 찾아서 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넓고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어떤 포인트를 특정해서 ‘저희를 이런 모습으로 봐주세요’의 공급자적인 방향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소비와 경험의 형태가 저희 매장에 이미 공존하는 거죠.‘이래서 좋아합니다’라는 공통 분모를 찾기는 어렵지만, 각자만의 이유는 하나씩 있다고 생각해요.

비마이비와의 북토크에서 수박맛과 고구마맛 아이스크림을 특별히 준비해 오신 녹싸님. 아쉽게도 터키식으로 주지는 않으셨다는 후문이 / 사진 비마이비

Q6. 그렇게 만들어 오고 있는, 현재의 브랜드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NX : 재밌었어요. 5년에 한 번씩 직업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녹기 전에가 3년 반 지났을 때쯤 철회하게 되었어요. 제가 먹는 것 제외하고 처음으로 2년 이상 즐길만한 것을 찾은 거죠. 녹기 전에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진짜 그만둘 줄 알고 사진 공부도 하고 시계 공부도 하고 했는데, 이것만큼 재밌는 게 없었어요.

 

저에게 직업이란 죽을 때 행복하기 위해, 많은 기억을 만들고자 하는 방법이에요. 죽은 뒤가 무섭지 않으려면, 제가 만든 고유의 문화를 사람들이 기억하고 갖고 놀 수 있도록 남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하나의 장르에 몰입하고 오래 해야 하는데, 녹기 전에는 하나의 장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어요. 

 

Q7. 그렇다면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는 브랜드, ‘녹기 전에’에게 자기다움이란 무엇인가요?

NX : 최근 수렴하고 있는 결론은, 사람들은 ‘뭘 좋아할까’라는 고민 보다는 ‘뭘 좋아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답에 움직인다는 것이에요. 재밌는 것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브랜드의 첫 번째 스테이지였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저의 기조였어요.

 

그런데 염리동으로 이사하고, 특히 재작년 가을부터 브랜드가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도 ‘같이 살아갈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을 보다 중심에 두다 보니, 좋아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좋은 일’을 생각해 봐야했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더라고요. 

 

‘그러면 단순히 그냥 트렌드만 따르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뭐가 부족한지, 사람들이 뭘 ‘좋아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풀어내는 것이 결국 손님들에게 좋은 마음가짐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변화가 저희 눈에도 보이면, 그런 변화를 만드는 저희의 일상도 좀 풍족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하루 만에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일하고 있어요.

 

결국 사람들이 뭘 좋아해야 할지 고민하고 제안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저희의 다음 단계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얘네가 또 무슨 신박하고 재미난 걸 보여줄까’에서 요즘에는 ‘또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까?’라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Q8. 책 <좋은 기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아이스크림 브랜드로서 책을 출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NX : 이 책은 2023년 2월에 착상했는데요. 올해 좀 바쁠 것 같기도 하고, 가게를 넓히며 사람을 뽑아야겠다 싶었죠. 그전까지는 가게를 넓혀야 하는 이유를 몰랐어요. 내 곳간 누리는 것밖에 더 되나 싶었죠. 이게(가게를 넓히는 것)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를 생각했을 땐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재작년 말부터 좀 더 가치 중심적으로 움직이면서, 우리처럼 생각하는 가게면 늘어나도 괜찮겠다는 생각과 함께, 늘어날수록 그 힘이 좀 세질 것 같았어요. 아직은 제가 나쁜 마음을 못 먹고 있으니까요. (웃음) 

 

그러려면 채용을 해야 하는데, 채용을 할 때는 보통 인스타그램에 ‘하이어링’, ‘리크루트’라고 얘기를 하며 어떤 사람을 원한다고 많이 올리지만, 정작 ‘당신이 일할 곳이 어떤 곳이다’라는 이야기는 잘 안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핏이 안 맞으니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요즘 생수만 하더라도 20, 30개의 브랜드가 있고 사람들은 목적 구매를 하고 의미 구매를 하는 시대인 것처럼, ‘일하는 사람들도 의미를 알고 일하고자 하는 경향’이 굉장히 두드러지는 것이죠. 단순히 내가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고, 여기서 일했을 때 그 일하는 시간동안 나에게 어떤 의미로 이게 내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적인 컬렉션을 통해 녹기 전에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었던 쇼케이스 / 사진 비마이비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곳인지 먼저 알려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접객’이었어요. 제가 7년동안 경험해본 바, 접객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의미있는 프로페셔널한 일이고 다른 수단으로 교체될 수 없는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괄시하고 있는 시대에,  함께 일하는 8~10시간이 자기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고 얼마나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인지를 경험을 통해서 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써 내려가기 시작한 게 꼰대처럼 160페이지가 되어버렸네요.(웃음)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저희 이제 사람 모십니다, 이거 한 번 읽어보시고 공감되는 분들은 지원해 주세요.’라며 세상에 드러냈죠. 정확히 33일 동안 썼어요.

05 좋은 기분을 나누다

 

Q9. 33일이요? 어떻게 그 날짜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굉장히 폭발적으로 써 내려가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NX : 사실 글을 막 써 내려간 것은 2023년이지만, 1년 전인 2022년부터 그 직전까지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어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2021년 9월 다른 대형 출판사랑 출간 계약을 한 시점으로 올라가는데요. 몇 개월 동안 꼭지가 아무것도 안 나왔고, 아무것도 못 썼어요. 그렇게 되니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기 보다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무력감이 들고 특히나 이제 방학을 마치는 1월에 이후에는 더 못 쓸 것 같아서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드렸어요. (* 녹기 전에는 겨울 방학을 잠시 갖는다.)

 

그렇게 아무것도 못 쓰는 삶을 살다가, 2023년 2월에 제가 가상의 인물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얘기하며 글을 쓰니 글이 술술 써지더라고요. 2022년 당시에는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는 중압감, 그리고 내가 어떻게 책을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펜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글을 잘 다듬지 못하겠다의 차원이 아닌, 아예 어떤 말을 해야할 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달까요? 책을 통해 인사이트를 주고, 도파민을 유도하고, 우리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우리 브랜드가 그렇지도 않고요. 

 

그런데 책을 쓰려고 각잡고 앉은 것이 아닌, 평소 손님을 대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태도에 대해서 누군지 모를 한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말한다고 생각하니까 무수히 많은 글이 써지는 거예요. 그냥 종이에 펜을 대고 있으면 춤추듯이 글을 썼어요. 손님이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계시는데 순간 써야할 글이 생각나면 냅킨에 소재를 적어놨다가, 다음 날 출근 전 스타벅스에 앉아 원고를 완성하고 출근할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결국 <좋은 기분>은 장사를 잘 하기 위한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이고 결국 내가 좋은 기분을 느낀다면 타인에게도 전달되며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분으로 접객한다는 것은 손님을 부르기 위한 전략이 아닌, 내가 내 삶과 일을 즐기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죠.

좋은 기분을 통해 지속 가능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녹싸님과 비마이비 / 자료 출처 비마이비

Q10. 생각과 철학이 명확하시고 평소 이런저런 고민도 많이 하신다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어떤 사람을 뽑거나 조직을 운영하시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 혹은 기준을 책으로 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NX : 우리는 제품을 팔지만 그 기저에, 우리가 나누고 있는 대화와 톤앤매너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혹은 ‘개인만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함께 일할 사람 대 사람으로서 태도에 대한 내용을 썼고요. 사실 저희가 일할 때 정말 놀라울 정도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요.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서 서로의 핏을 계속 찾아가는 거예요. 그 대화가 아이디어로 갑자기 번질 때도 있고요. 

 

결국 가게에서 육체적으로 일하다 보니까 실제로 핏과 동선이 맞아야 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움직임에 있어 텔레파시를 맞추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엔 ‘저’라고 생각을 해야 제가 이렇게 가게 밖에 나와 있을 때도 녹기 전에에서의 손님들의 경험이 똑같아지잖아요. 개인적인 성격이나 목소리도 다르고 응대법도 다르지만, 태도에 대한 핵심만큼은 일치화하기 위해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요. 결국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Q11. 마지막으로 녹싸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NX : 이 질문이 참 어렵더라고요. 지금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어려우니,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냐고 하면 결국 자연인이 되고 싶어요. (웃음) 오늘 어떤 분이 스토리에 태그를 이렇게 해주셨더라고요. ‘옛날부터 지켜보며 팬도 점점 늘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 녹싸님을 추종하는 사람이 생길 법도 한데요. ‘과함’을 굉장히 경계하고 정도를 지키려고 하시네요.’ 이 말이 저한테는 굉장히 듣기 좋은 말이었어요. 사실 손님들이 각자의 삶을 제일 열심히 살고, 그저 저희를 하나의 요소로써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무언가가 잘하는 것 같아 보이고, 재미있어 보인다고 해서 저희를 과하게 좋아하시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래서 ‘녹싸’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동시에, 선뜻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저 ‘삶 속에서 하나의 좋은 길라잡이가 되는 브랜드’ 정도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저는 결국에는 관계를 포함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누구의 도움 받지 않고 스스로의 신체적인 능력으로 여행을 다니고, 자연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웃음)

몰입과 좋은 영향을 주는 그 사이의 브랜드로, 러브 다이브 / 자료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