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우스가 주최하며, 행복이 가득한 집이 주관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우리의 삶 속 브랜드와 트렌드를 29년째 보여왔는데요. 이렇게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페어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이자, 매년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들여 봐야 하는 리추얼이 되었습니다. 각 홀(hall)마다의 뚜렷한 산업의 구분을 통해 그 흐름을 알 수 있는 동시에, 디자이너와 브랜드 담당자에게는 좋은 레퍼런스와 마켓을 보여주는 장이기 때문이죠. 집과 디자인, 트렌드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도 인사이트가 넘치는 장입니다. 페어 그 자체로도 매년 화제가 되고 주제가 트렌드의 첨예에 있는 ‘리빙’과 ‘디자인’인 만큼, 부스와 콘텐츠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비마이비는 이번 페어를 다녀와서, 마이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어요. 미처 이번 페어를 못 다녀온 분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이미 다녀온 분들과는 페어를 갈무리하며 400여 개가 넘는 참여 브랜드 중 5개를 고심 끝에 골랐습니다. 매년 이 규모의 페어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디자인하우스와 행복이 가득한 집에게 박수를 보내며, 지극히 비마이비스러우며 브랜드적인 (그런데 이 둘은 같은 말 아닌가요?)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동시에 브랜드의 분야와 (가구, 조명, 라이프 & 리빙, 콘텐츠 등) 페어 자체에서의 부스 규모와 구성의 밸런스도 고려했어요! 비마이비와 함께 올해의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눈여겨봤어야 할 다섯 브랜드를 만나 보시죠!

 

01 공간과 음식으로 전하는 행복의 가치, 행복이 가득한 집 & 오뚜기

 

2024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메인 전시, ‘행복기획관’에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행복이가득한집’과 ‘오뚜기’가 만나 <Home : Sweet Home>이라는 주제로 전시 협업을 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오늘날 집의 모습을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공간 별 가족들의 모습을 담아 10개의 공간으로 구성하였는데요.

오뚜기 헤리티지가 가득한 첫 번째 공간, ‘요리가 취미인 아빠의 방’ / 자료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인스타그램

각 공간은 맛있고 든든한 음식으로 인한 행복이 가정과 사회에 퍼지기를 바라는 오뚜기의 ‘스위트 홈’ 가치를 알리기 위해 브랜드 헤리티지가 담긴 제품과 굿즈를 사용하여 연출하였습니다. 각 공간의 명확한 콘셉트와 공간 구성으로 스위트 홈의 가치를 전달하는 오뚜기와 행복이가득한집의 헤리티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호평이 있었는데요. 특히 일반적인 SNS 팔로워 이벤트가 아닌 오뚜기 앞치마를 입은 사람을 찾으면 깜짝 선물을 주는 등 부스에 오래 머물게 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이색적인 프로모션으로,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위스키 애호가 큰딸의 방’ 속 곳곳에 전시된 오뚜기 제품 / 자료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인스타그램

오뚜기와 행복이가득한집의 만남은 올해가 처음이 아닌데요. 2016년부터 행복이가득한집 매거진에 오뚜기 브랜드 칼럼을 기고하여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와 함께 제품 헤리티지를 알리며 생활 속 오뚜기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대 라이프스타일 축제 ‘행복작당(주최, 행복이 가득한 집)’에 참가하여 음식을 넘어서 식문화 향상을 목표로 하는 식문화 도구 개발 프로젝트 ‘오뚜기 잇 2023’을 운영하여 전시했는데요. 오뚜기 ‘잇’은 오뚜기 식품을 뜻하는 ‘eat’과 식사 도구를 뜻하는 ‘it’의 의미를 담아, 서울대 도예과와 협업하여 식도구 개발부터 전시와 판매까지 진행했죠. 해당 활동을 계기로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앞으로도 식문화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뚜기 시그니처 컬러 노란색을 활용한 프로젝트 / 자료 출처 오뚜기

50년 넘게 음식을 통한 행복의 가치를 전하는 오뚜기와 30년 넘게 일상의 행복을 전하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 만나 서로의 브랜드 메시지를 극대화시키는 협업이었는데요. 행복이가득한집과 오뚜기의 협업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테리어, 그리고 올해도 돋보였던 가드닝-플랜테리어가 주였던 D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02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보여주다, 시몬스 

시몬스는 <서로 공존하기에 위대한 삶(The Greater Together)>이라는 주제로 부스 절반을 ESG 관련 내용으로 꾸미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업계 최초로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인증(N32)을 받은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특정 제품 구매 시, 소비자가격의 5%를 기부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하였는데요.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서 제품 판매를 넘어 환경과 기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선순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또한 각계 인사들의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한마디도 눈 여겨볼 만한 콘텐츠였어요.

콘텐츠와 소재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 사진 비마이비

시몬스는 올해 참여한 400개 넘는 브랜드와 1,800여 개 부스 속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는데요. 참가 브랜드 중 가장 큰 규모인 동시에 부스 전체가 초록색으로 꾸며져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도록 했습니다. 초록색 부스 안에는 하얀 매트와 침대로 꾸며 오로라 속 얼음과 눈을 연상케 했는데요. 이러한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지속 가능한 선순환의 의미 있는 메시지로 부스를 구성하여 주최사(디자인하우스)에서 ‘눈에 띄는 공간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군데군데 침대에 편하게 누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경험해 보는 사람도, 시몬스 팩토리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내구성 테스트인 ‘롤링 시험기’도 만날 수 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초록빛의 시몬스 부스 / 자료 출처 시몬스
오로라 속 얼음을 연상시키는 부스 인테리어와 업계 최초 비건 제품 / 자료 출처 시몬스

시몬스는 우리나라에서 2018년, 세계 1위 모델 션 오프라이(Sean O’Pry)와 함께 혼네(HONNE)의 음악을 BGM으로 한 광고로 많이 알려졌는데요. 이후 ‘침대 없는 침대 광고’와 침대 없는 침대 팝업(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으로 MZ세대들에게 힙한 브랜드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올해 초 1월에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과 함께 ‘겨울잠 알바’를 모집하여 화제가 되었는데요. 잠만 자도 돈을 벌고 싶다는 우스갯소리에서 착안하여, 수면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시간 동안 잠만 자고 3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이색적인 아르바이트로 6만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기록했죠. 제품을 뛰어넘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하는 시몬스는 가구와 리빙아트가 주를 이룬 A홀에 있었습니다.

03 따뜻한 여백으로 공간을 채우다, 샐러드보울스튜디오

이번 리빙페어에서 집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명을 보셨나요? 따뜻한 색감의 목재와 이불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천을 사용해서 안정감 있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해당 작품은 <희미한 집들>이라는 작품명으로, 어린 시절 해질녘까지 놀다가 담벼락 너머 새어 나오는 빛을 친구 삼아 집으로 돌아가던 유년의 기억에서 모티브를 받아 제작되었는데요. 따뜻한 색감의 빛을 내는 5m가량의 거대한 ‘조명집’ 사이를 거닐다 보면 실제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포근하고 몽롱한 느낌과 함께 북적북적한 부스에서 벗어나 여백으로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환기가 되는 느낌을 받게 되죠. 

자연스러운 여백이 느껴지는 공간 디자인 / 자료 출처 샐러드보울스튜디오 인스타그램

해당 작품은 미니멀하면서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샐러드보울스튜디오’가 제작하였는데요. 스튜디오 대표 구창민 디자이너는 멈춤을 통해 여유와 여백을 만들고 그 여백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채워나감으로써 공간이 완성된다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튜디오가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흰색 계열의 배경색에 원목의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언뜻 보면 비슷한 톤앤매너에도 불구하고 각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감각’을 설계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여백이 느껴지는 공간 디자인 / 자료 출처 샐러드보울스튜디오

샐러드보울스튜디오는 청담동에 위치한 하이엔드 주거 공간, 레이어 청담을 디자인하며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주거 공간을 떠올렸을 때 정장을 입은 듯한 딱딱한 느낌에서 벗어나, ‘남다름’이라는 신선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는데요. ‘감각을 설계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촉각, 향, 소리, 빛, 분위기 등에 집중함으로써 주거의 공간을 재정의하였죠.

샐러드보울스튜디오만의 리빙페어에서도 아이덴티티인 편안한 여백을 보여주며 한 번 더 그들의 색깔을 각인시켰는데요. 편안함과 압도감을 동시에 보여준 샐러드보울스튜디오는 D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04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샘표 

우리의 맛으로 세계가 즐거워질 수 있을까요? 샘표는 ‘장(醬)’ 그리고 ‘발효’라는 키워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브랜드입니다. 정교한 발효를 거친 ‘장’ 문화는 샘표라는 브랜드를 거치며 쿰쿰한 냄새가 나고 잊혀가는 옛것이 아닌, 세계를 향한 미래의 소스가 되었습니다. 마치 메주의 부활을 알리듯, 100% 콩을 발효하여 샘표의 발효 기술력을 응축한 ‘연두’는 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요리 에센스인데요. 샘표의 기술력뿐 아니라 마트에서 들리는 ‘연두해요~ 연두해요~’는 비록 연두를 해보지는 않았어도 국민들의 뇌리에 ‘연두’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성공적인 사운드 마케팅 사례 중 하나입니다. 또한 ‘우리맛공간’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 맛을 생각하고 시도하며, 맛있고 재미있는 식문화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팔지 않는다’는 창업주와 브랜드의 신념이 있기에, 샘표를 통해 장과 한식의 매력을 느낀 세계인은 결국 샘표의 팬을 넘어 가족이 되는 셈이죠. 

아이콘과 같은 간장을 이어, 연두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샘표 / 자료 출처 샘표

그런 샘표가 2021년, 75주년을 지나며 ‘새미네부엌’이라는 요리가 즐거워지는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네이밍부터 친구의 부엌같이 친근한 이 브랜드는 요리가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즐거운 요리 혁명’을 추구합니다. 누구나 요리를 쉽고 맛있게, 엄청 대단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매일 먹는 밑반찬을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놀이를 제안하는데요. 아직도 요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직접 요리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이 새미네부엌이 2024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함께 했습니다.

 

크게 ‘카드존’과 ‘부엌존’으로 새미네부엌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카드존에서는 원하는 요리를 카드로 뽑아, 300여 개의 다양한 요리 레시피와 솔루션을 나만의 레시피북으로 모아갈 수 있었어요. 카드로 끝나는 것이 아닌, 뒷면의 QR코드를 통해, 새미네부엌 플랫폼에서 더욱 자세한 요리법과 다른 새미들의 꿀팁도 얻어갈 수 있었죠. 부엌존에서는 직접 겉절이, 피클 등을 만들어보는 요리 체험과 시식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리빙과 디자인, 그리고 ‘먹는 리빙’을 디자인하는 새미네부엌다운 브랜드 경험 공간이었어요. 쿡&테이블웨어가 주를 이루었던 C홀에서의 새미네부엌이었습니다.

아이도 요리로 놀 수 있도록 만드는 새미네부엌 / 자료 출처 샘표

05 빛의 가치를 전하다, 루미르 

전 세계 10억 명의 사람들이 빛없이 살아간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이들은 주로 초와 등유를 사용하는데, 낮은 실용성과 연소 시 발생하는 그을음으로 인해 매년 200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게 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며, 빛의 아름다움을 전한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조명 브랜드 루미르의 박제환 대표는 인도여행 중 잦은 정전을 경험하며 빛이 없는 불편함과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전력 없이 식용유로만 작동되는 LED 램프(제품명, 루미르K)를 개발하여 인도네시아 지역에 보급 및 시범 판매하고 있는데요. 전기 부족 국가의 사회 문제를 해결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뉴욕타임스 등 전 세계 약 40개국의 480여 개의 언론매체에 소개되며 정부와 대기업이 주목하는 소셜 벤처로 인정받았습니다.

외부전원 없이 식용유만으로 빛을 내는 루미르 K / 자료 출처 루미르

루미르는 이런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활동뿐 아니라,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조명도 제작하고 있는데요. 2019년, 2022년 세계 3대 디자인상이라고 불리는 IDEA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각각 본상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수상 제품 중 하나인 루미르B는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았던 인도네시아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를 사용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루미르만의 디자인과 메시지를 함께 인정받은 계기가 되었죠. 이외에도 지금 삼성전자, 노루페인트, 할리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하고 감각적인 조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루미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아름다운 디자인뿐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루미르는, 가전과 조명-리빙문화가 주를 이룬 B홀에 위치했었습니다.

전구가 주인공이 될 수 없을까? 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루미르 B는 2019 IDEA 본상을 받았다 / 자료 출처 루미르

오늘 레터를 통해 소개한 다섯 브랜드 이외에도, 문보장, 번개표, 빌라레코드 & 모스카펫, Studio SMA, B.ARC, 1집 구석, 서울가드닝클럽, 플레지어, 1932포천막걸리(담은), 바이시클 플레잉카드 등 각자만의 색깔을 보여줬던 브랜드도 많았어요. 잊고 있던 브랜드가 활약을 보여주어 반갑기도 했고요. 각 브랜드가 페어 속의 부스를 통해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보여준만큼 곧 마이비레터를 통해 더 자세히 다뤄 볼게요. 후에 마이비레터에 위 브랜드들이 등장한다면 손을 번쩍 들고 아는 척 해주세요!

 

[상단 이미지 출처]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홈페이지